은혜 게시판

새해를 맞으며--목욕탕에서 ^^

2016.11.08 16:52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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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기전에 때빼고 광내려고 욕조에 거품둥둥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놓고

목까지 쏘옥 들어가 앉았다 아,,따뜻해~~~

미국 화장실은 욕살바닥에 물빠지는 하수구멍이 없기 때문에

넘실넘실거리는 욕조를보며 한국에서와 달리 목욕조차 조심스레 해야하는게 조금은 아쉽다

한국의 대중탕같은곳이 또 있을까

그저 목욕만하고 나오는곳이 아니고 거기에서 음식도 시켜먹고 한 바탕 놀음판도 벌어진다

화장품장수 속옷장수들도 종종 들러 자주 만나는 단골손님들에게 물건을 권하기도 한다

울 엄니는 지금은 예수믿고 미신을 버렸지만 예전에는 매년 연말이면 귀신타령을 하시며 하루 날 잡아서 읍내로 목욕을 가셨다

그리고 한번 들어가시면 아예 본전을 뽑을 생각이신지 도무지 목욕을 끝내고 집에 가실 생각을 안하시는것 같다

이젠 연세가높아 더운 수증기속에 오래계시면 몸에 무리가 생길수도 있다는데,,,

어릴적에 엄니를 따라 목욕을 갈라치면 완전 고문이었던 기억이난다

입구의 조그만 유리창안에서 돈받고 전표 끊어주던 아저씨도 왠지 무서웠지만

머리감고 탕안에 앉아있으라 하시곤 엄니는 세월아 네월아 하시며 몸을 닦으시고는

기진맥진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일때에야 나를 불러내셔서 때를 밀어 주시는데

한번으론 성이 안차시는지 두번 세번 없는때를 밀어주시며 아프다고 애원해도 소용이없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올때에는 완존 빨갛게 한꺼풀이 벗겨져 로션을 바를때도 볼따귀가 아팟다

그래도 나오면서 바나나우유나 요구르트를 사주셔서 달콤한 그맛에 따라나서곤 했었다

그리곤 내가 엄마가되어 다섯살박이 딸아이를 데리고 동네 대중탕에 나들이를 갔다

겨울이되면 집에서하는 목욕은 춥기도하고 뭔가 섭섭한 느낌이 들기도하고 또

무섭기도 했던 그 옛추억이 가끔은 나를 대중탕으로 인도하기도 했다

딸아이는 대중탕에 가는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울 엄니처럼 나도 한꺼풀 벗긴다면 겁을 내겠지만 난 그럴 마음도 없고 또 요즘은 자주 씻어서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난 따뜻한 온탕에 앉아 있는게 좋고 아이는 냉탕에서 첨벙거리며 수영하는게 좋은가보다

가끔은 흰머리의 할머니들도 아이들처럼 냉탕에서 수영을 즐기시기도 한다

조그만 녀석이 나를따라 찜통사우나에 한참씩 앉아있는걸 보면 우습기도하고 대견하기도하다

당연히 우리는 목욕을 하는 중간중간에 마실것을 사먹었다

몇년전 대학생이 된 딸아이가 한국말을 배운다고 여름 삼개월간 한국에 체류한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삼일씩 한글과 붓글씨도 배우며 한국을 배운다고 돌아다니던 그때에

달아이와 함께 미국에선 보기드문 찜질방에 간적이있다

찜질방에 들어가려면 먼저 대중탕에서 목욕을하고 올라가는게 원칙인터라

난 샤워를하고 올라가려 하는데 아이가 온탕에서 놀기를 원했다

미국에서는 사람 많은곳에서 옷벗고 행동하기는 동네 수영장에나 가야 가능할텐데

한국피를 받아서인지 다 큰 처녀가 옷벗고 여러사람과 어울리는게 그리 어색하지 않은가보다

그 날 이후 한글학교에서 만난 시카고출신 동갑내기 여자애와 어울려 슬리퍼를 신고 무등산을 누비기도하고

집에와서 놀다가 가끔씩 둘이서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내곤했다

찜방보다는 목욕탕이 더 좋다는데 밤을 지새우기는 일반 목욕탕은 안되니 찜방을 가는것이다

신나게?? 목욕도하고, 그곳에서 먹고싶은 음식도 사먹을수 있고, 인터넷까지 할수있다며 여간 즐거워했다

지금 그 친구녀석은 어느 비행사 여승무원으로 전 세계를 누빈다고한다

비누거품이 다 스러지고 물이 식어가는게 너무오래 앉아있었나보다

우리 마음속의 지저분함도 이렇게 간단하게 비눗물로 씻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수님이 생수이시니 마음의 더러움은 내안의 생수로 해결해야 할까보다

몇십년의 추억을 쏟아지는 물보라에 씻어내리며 새해에도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비눗물과 함께 지난해의 앙금과 아쉬움이 다 함께 씻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함께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냉장고에서 시원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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